| 지난 봄 쯤엔가 우연찮게 검색목록을 보니 포르노 사이트가 여러개 붙어 있어서 괜한 남편만 의심하며 다그쳤었는데 알고보니 초등학교 일학년짜리 작은 애가 봤었답니다. 경로가 어떻게 된 건지는 확실히 기억에 없지만 일부러 찾아서 들어간 건 아니고 어쩌다 뜬 걸 들어가 본 모양입니다. 그 즉시로 '불건전정보 접속차단CD'를 깔았더니 여지없이 '유해사이트'란 경고가 뜨고 차단이 되더군요. 철모르는 어린애들에게 무차별로 제공되는 음란사이트들이 간단하게 차단되다니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국민재단'이라는 곳에서는 참으로 좋은 일을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미술관련 자료를 찾으려고 인터넷 검색으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자료가 있음직한 사이트를 찾아 클릭하니 난데없이 '유해한 사이트'라는 경고가 떴습니다. 결코 그 속에는 음란물이라고는 들어갈 것 같지 않은, 미술정보가 다양하게 들어있는 너무도 건전한 미술사이트 같았는데 불건전한, 유해한 사이트라니 도데체 어떤 내용이 있길래 미술사이트가 차단될까. 그 호기심은 나의 게으름(그 프로그램을 지우고 다시 들어가보는게 웬지 복잡할 것 같아서)을 이기지 못해 그 곳을 들어가지 못하고 추정을 했을 뿐이지만 누드로 있는 작품이 무더기로 있었던가, 아니면 에곤쉴레의 야릇한 작품이나 어쩌면 쿠르베가 여성의 은밀한 부분만을 그린 '인간의 기원'이란 작품이 들어있을 법도 합니다. 그 작품들은 모두들 세계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들어가 있는 소위 명화들일텐데 말이죠.
어느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 임신한 부인과 함께 누드로 찍은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학부모들의 항의시비가 잇따르고 뉴스화 되어서 결국 교사직을 그만 두게 되었던 사건은 너무도 시끄러워서 모두들 알고 있을 겁니다. 그 교사는 생명의 신비, 혹은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하고자 그들의 몸을 공개했는데 학생들은 선생님의 입장을 이해하는 편이었지만 어른들이 더 난리를 쳐서 외설로 몰아댔다죠. 제 친구는 대학 다닐 때 작업했던 누드 조소상을 자신의 가게 앞에다 장식물로 세워 놓았는데 간간이 어른들의 웃지못할 항의가 들어왔답니다. 초등학교 길목에 벌거벗은 여자 몸을 가져다 놓았다고 교육상 좋지 않으니 당장 옷을 입히든지(?) 치우든지 하라고 말입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할 것 없이 현장학습이나 소풍을 가는 곳이 조각공원인고, 그 곳엔 웬만하면 죄다 벌거벗은 남녀들인데 그런 분들이 조각공원가면 뭐라고 할른지요.
그리이스시대에는 신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의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보았기 때문에 조각상들도 대부분이 벌거벗은 몸으로 표현되어 있고 대부분이 남성의 모습입니다.
세월이 흘러 남성중심의 사회가 되면서 미술작품에 점차 여성누드가 많이 등장하고 그게 감상용으로 변질이 되긴 하지만 아직까지 미술작품에 음란물이라는 빨간딱지를 붙인 예는 못 본 것 같습니다. 하기야 영화나 연극, 소설 같은 건 여전히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외설이라 규정하는 것 자체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 의아스런 부분이긴 합니다. 어찌됐든 미술사이트에서의 미술작품들은 불건전 혹은 유해사이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의식들이 아쉽습니다.
제주문화포럼 소식지 2002. 10월호 <현장에서 쓰는 문화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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