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맞으면서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될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기대들을 가지고 신선한 출발들을 보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대치에 못지않은 실망들을 경험했다.
사람 하나 바뀌었다고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바뀌지 않음을 경험을 통해서 알았음인지 새로운 정부에 대해 기대 못지않게 염려가 앞서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가슴 한 언저리에 부여잡고 있는 희망을 놓고 싶지 않은 것은 이번의 선거가 국민경선제나 노사모, 희망돼지로 이어지는 자발적 대중의 참여라는 새로운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 문화의 저력을 이어서 진정 이 땅이 문화가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요즘들어 '문화대통령'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21세기가 문화의 세기여서 그런지 여기 저기서 문화란 용어가 남발되어 '문화대통령'이란 말이 새로울 것도 없는 용어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흔히 문화라 했을 때 문화예술이라는 좁은 의미의 영역으로만 간주되어 김대중 정부에서도 '문화대통령'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문화예산을 늘려서 1도시 1미술관, 박물관 정책을 내세운다든지 문화산업을 육성하는 등 문화정책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처럼 문화예술에 관련된 사람으로서 제도개선과 문화예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두 손 치켜들며 환영할만 한 일이다. 미술관이 생기고 지원의 폭이 넓어져서 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가 많아지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전시장을 드나들며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 문화적 향수를 누릴 것인가. 게다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 말고도 문화의 집이 마을마다 생기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인 문화향유를 만끽할 것인가.
그러나 이렇게 근사하게 만들어 놓은 잔치판에 정작 함께할 사람들은 없다. 사람들은 모두 무엇을 쫓아 어디에 있는가. 무엇이 사람들을 그토록 바쁘게 만들며, 급변하는 흐름 속에서 버둥이며 살아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고단하고 무기력해져만 가는가.
문화예술에 관계된 사람으로서 이 지면을 통해서 우리가 바라는 문화예술정책을 구구절절 나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화란 개인과 사회적 삶 전체를 관통하는 '삶의 양식'이기에 관광이란 용어와 대등하게 쓰이거나 문화예술을 지칭하는 등의 부분적인 관점으로 인식해서는 지금까지의 우리를 힘들게만 하는 이 삶의 양식을 바꿔보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는 계속 욕구로 머물러만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진정한 문화대통령을 바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요컨대 문화대통령이라면 낡은 정치형식, 경제중심의 정책들이 우리의 삶의 양식들을 얼마나 왜곡시키는 지를 알고 진정 우리가 바라는 문화사회라는 것이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야 할 것인지 파악해야 하며 자율과 자치, 소통을 바탕으로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노무현 당선자의 눈물을 기억한다. 지난 대통령선거 유세때 노무현 당선자는 당시 후보자로서 찬조연설자의 연설을 들으며 그동안의 힘든 여정에 대한 가슴앓이가 갑자기 뜨겁게 가슴위로 솟아 올랐음인지 눈물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훔쳐내었다. 그 모습은 종종 노무현 당선자의 강한 이미지를 부드럽고 인간적으로 어필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는데 아마도 앞으로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이 되면 그런 눈물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대신 노대통령 당선자가 이 사회와 개개인들의 꿈과 희망이 실현되고, 문화가 있는 신명나는 더불어사는 사회로 만들어서 국민들로 하여금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하기를 기대해 본다.
(2003. 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