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년대 중반, 복제예술이라든가 회화의 한 부분으로서 인식되어 오던 판화에 대해 독자적 영역으로서의 현대판화가 제주에 선을 보이기 시작한 이래 제주의 판화는 왕성하고도 꾸준한 활동을 보여왔다. 개인 프레스기들이 들여짐으로써 다양한 판법에 의한 작품들이 나올 수 있었고, 판화를 통한 그룹전이나 개인전 등 전시가 활발히 전개되어 제주도민들에게 판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 주었으며, 이러한 여건에서 1990년에는 제주도 미술대전에 판화부문이 신설되었다. 1991년에는 제주작가를 포함한 한국의 중견작가들과 삿뽀로의 작가가 함께한 국제판화교류전이 제주에서 개최되었고, 그 이듬해인 1992년에는 제주작가들이 삿뽀로에서 교류전을 가진 바 있으며, 지금도 그 교류전은 비록 개인전 형식으로 바뀌었지만 해마다 계속되고있다. 이밖에도 제주의 작가들이 대만의 중화민국 판화비엔날레와 일본의 와까야마 판화비엔날레, 슬로베니아의 루블랴나 판화비엔날레에 참가함으로써 그 활동의 폭을 제주뿐만 아니라 국내외로 넓혀갔고 대한민국미술대전이나 현대판화공모전에서 대상이나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아울러 제주도 미술대전에서도 판화부문 출품작들은 심사평에서 한결같이 수준급이라는 평을 들어올 만큼 제주판화는 질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양적으로도 활발히 전개되었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그 활동의 폭이 좁아진 실정이다. 이는 개인적으로 각종 연합전이나 그룹전에 발표하거나 개인전을 갖는 것은 매년 꾸준히 있어왔지만 각각의 역량들이 제주판화라는 큰 명분을 위해 하나로 모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판화라는 장르는 다양한 기법에 의한 실험성, 복수성 등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미술에 있어서 공공성이나 대중성 확보에 가장 가까이 할 수 있는 잇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서 참신하고도 다양한 기획을 한다면 제주미술에 새로운 활력과 제주도민에 대한 미술인으로서의 역할을 새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판화작업을 하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이 필요로 하며, 그 힘은 제주미협의 판화분과에서 발휘될 수도 있겠고, 제주의 판화가 모임이 결성되어 새로운 힘이 모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근래들어 몇몇을 중심으로 이러한 논의가 되어진 바는 있으나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유야무야 되어 버렸는데 이 점에 있어서 미협의 판화분과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데 대해서 나름대로 반성을 해 본다. 요즘같은 탈 경계 시대에 이편 저편 구분하고 소속을 따지는 것들이 별 의미가 없을 지 모르겠지만 현재 제주미협에는 판화분과와 분과위원장은 있으되 판화분과로 소속된 회원은 한 명도 없는 것이 판화분과의 실정이다. 이는 판화작업을 하는 회원들이 기존의 서양화 분과와 한국화분과에 가입하여 활동하던 중에 새롭게 판호작업을 시작했거나, 판화분과가 없을 때 가입한 경우여서 그만큼 제주의 현대판화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제주의 판화가 앞서와 같이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준 것은 판화작업을 하는 이들이 나름대로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보며 그러한 노력이 확산되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바이다. 40여년이 되는 한국현대판화의 역사화 제주미협 40년의 역사 속에서 제주판화의 역사는 비록 길지 않지만, 천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개개의 역량들을 계속 발휘하는 한편, 판화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힘을 하나로 모아 판화라는 장르가 줄 수 있는 역할들을 충분히 보여줌으로써 제주미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을 기대해 본다. - <제주미협 40년사> 중 미협 분과별 활동과 전망 수록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