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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이자 청명이다.
내가 봤던 어느 달력엔 오늘이 빨간색으로 되어 있어서 지난 주 까지만 해도 휴일인 줄 알고
수첩엔 '산소'라고 착하게 적어두기까지 했는데 주말에 간다는 얘기에 그제서야 그렇구나 싶었다.
절기 이름처럼 날씨도 청명해서 30분씩이나 기다려가며 세차도 했다.
내킨김에 아버지 산소에 들렀는데 입구 앞쪽으로 첨단과학단지 공사가 한창이어서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곳의 미래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아버지께서 이곳을 마련하실 적에는 영혼의 영원한 안식처라고 생각하셨을텐데 개발바람과 장묘문화의 변화는
아버지의 바램같이 죽어서도 자자손손 이 한 곳에 모여 있게 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 식목일.
내나무에서 수목장까지 나무와 관련된 생각들을 잠시 했다.
엣날엔 딸이 태어나면 시집갈 때 쓸 재목으로 오동나무를 심고,
아들이 태어나면 죽어서 관으로 사용할 소나무나 잣나무를 심었다는데
탄생과 성장과 죽음까지 아우를 수 있는 내나무심기 얘기가 간간이 들린다.
장묘문화가 바뀌고 있으니 앞으로 나무 베어서 관 짤 일은 드물 것 같고,
오동나무로 반다지를 만들일 도 없을 것이다.
다만 내나무를 심어서 자신과 함께 자라는 나무를 보면서 그 밑에 묻힌다는 생각으로
생명과 성장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하며 살아간다면
적어도 오늘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2007.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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