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 운동회가 있었다.
안내문에나 학교의 어디에도 운동회라는 말대신 '한마음축제'라고 적혀있지만
애들이나 어른이나 모두를 운동회라고 했다.
그 말은 그냥 그렇게 모두에게 굳어져 버린 것 같다.
작은아이가 5학년이 되다보니 점심시간에 맞춰서야 혼자가서 아이랑
학교 급식소에서 국수 먹었다.
큰아이 유치원 운동회때 온 집안식구들(할아버지, 고모, 이모, 조카들)가서
북적이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고,
그 때는 작은애가 돌도 안 지난때였음에도 찬합에 도시락 준비해서 갔던 정성에 비하면
운동회를 대하는 내 태도도 많이 달라진 것은 분명한듯 하다.
하긴 내 태도만 달라진 게 아니라 시대가 바뀌긴 했다.
보아하니 어디에도 도시락 싸들고 와서 가족끼리 먹는 모습은 볼 수 없었으니.
그래도 하늘엔 만국기와 1학년 아이들의 그림들이 휘날리고 있었고
운동장에선 아이들의 응원하는 고함소리와 총소리, 호각소리로 들썩였고
아이스크림과 솜사탕아저씨, 목걸이 귀걸이뽑기, 로보트, 총,칼 장난감들의 난장은 여전했다.
그야말로 축제분위기다.
5,6학년 남자아이들은 탈춤을 췄는데 자기가 쓸 탈은 미술시간에 스스로 만들었다고 했다.
바로 이런게 축제의 시작 아닐까. 자신들이 만들고 쓰고 기획하고...
작은아이네 프로그램이 뒤에 있어서 늦게까지 참석하다보니 사람찾기 달리기에도 직접 참여했다.
'귀걸이를 한 여자분', '썬그라스 낀 어른' , 두번 씩이나 전력질주를 했다.
늘 보기만 하다가 직접 참여를 해서 그런지 모처럼 운동회를 즐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썩이는 운동장을 뒤로하고 먼저 빠져나오면서 아침에 왔던 문자를 떠올렸다.
미협회원의 장례식 소식이었다.
회원 부친이나 모친이 아닌 회원 본인 장례식, 게다가 젊은 나이에...
떠들썩하게 즐기고는 '한마음축제'의 장을 나오면서 장례식을 떠올리자
문득 임권택감독의 '축제'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그가 갖고 있는 삶의 무게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는 길만이라도 가벼이 떠났기를....
|
|
